가상현실기기가 TED무대에 섰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에 장갑을 끼고 가상현실세상을 체험한다. 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은 이 장면은 사실 27년된 장면이다. 

​1990년. 지금으로부터 27년전에 열린 TED2 컨퍼런스에 가상현실 기기가 출품됐다. TED가 6년차를 맞이했던 시점이다. 디스플레이를 눈 앞에 끼고 장갑으로 물체를 건드려 움직이는 형태다. 

'미래를 보는 듯 해요', '가상현실은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반응도 지금과 유사하다. 다만 하드웨어 성능상 한계로 물체 한두개를 건드려 보는데 지나지 않았던 이 기술은 역사속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당시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파일을 드래그해 휴지통에 버리는 방법으로 삭제하는 기술'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27년뒤인 지금 비슷하게 생긴 HMD에 비슷하게 생긴 장갑을 끼고 있지만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형태로 변화했다. 무엇보다도 개발 회사들이 내놓는 콘텐츠에서 양과 질적진 차이가 있다. 
 
다음 27년뒤에는 오늘을 바라보며 또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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